세상살이 공수래공수거
세상살이 공수래공수거
  • 금봉스님
  • 승인 2023.12.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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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산 신흥사@사진=통불교신문]
[형제산 신흥사@사진=통불교신문]

태어나서 살다 보니 선인들도 나도 공수래공수거인 줄 잘 알고 있어도 그러면서도 날이 새고 나면 오늘 또 할 일이 정해져 있어요. 하루를 개미처럼 나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하지만 작은 하루는 또 작은 원 안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물 한잔 먹고 조용히 참선해 본다. 한참 후 허기를 달래기 위해 누룽지 한 그릇 끓여서 위장을 채우고 덜덜 그리는 화물차 운전하면서 깜깜한 새벽길 별빛을 보면서 내 삶의 현장으로 달려간다. 몇 시간 일하다 보면 또 허기가 진다. 빵 한 조각과 베지밀 한 통을 먹고 잠시 쉬는가 싶더니 또 부지런히 하던 일을 하고 있다. 이윽고 점심시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가까운 식당에 가서 된장찌개 한 그릇에 밥 한 공기 채우고 나와서 또 개미처럼 일을 시작한다. 추운 겨울인데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더위를 느낀다.

어느새 해는 서산에 걸리고 이것저것 하던 일 대충 정리하고 나는 절집으로 돌아온다.

부처님 잘 다녀왔습니다. 하면 하루의 작은 원 한 바퀴 돌고 돌아왔어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챙겨 먹고 씻고 하루를 정리하는 뜻에서 팔을 든다. 오늘 작은 원하나 그렸다.

선배 스님네들이 모두가 공수래공수거라네. 선배님 선배님처럼 저도 느껴요.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선배처럼 책이나 보고 글이나 쓰다 갑니까.? 저는 싫습니다. 하루를 매일같이 힘은 들어도 이 작은 원안에는 나의 삶과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인생은 누구나 아는 공수래공수거이지만 나는 오늘도 작은 원을 그려요.

2023. 12 월 중순

형제산 중턱에서 광운 금봉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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