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표가 나지도 않는 먼지가 쌓이고
때가 끼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일 년 이년 십 년,
또 몇십 년에 걸쳐 쌓였던가?
어쩌나, 내 옷에 묻은 먼지는
바람 등지고 털고 또 털면
별 표시 없이 털린 것 같다.
때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세탁하고
세탁기에 넣고 몇 번이고 돌리고 나니
맑은 물이 나오고 때가 사라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마음의 먼지와 때이다.
지난겨울 동짓날에 내 마음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용트림하듯이 작동했다.
저승에 갈 때 무엇을 가지고 가나?
누구나 다 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내 마음속에 눌러 붙어있는 먼지와 때부터
깨끗이 씻기로 작정하고 훌훌 털어 본다.
수십 년 쌓여 있는 먼지와 때가
쉽게 벗겨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꾸준히 지속해서 씻고 또 씻는다면
내 마음의 먼지와 때도 벗겨지리라.
내 마음의 먼지와 때가 없어지는 날이
열반 적정에 드는 날이런가?
형제산 신흥사 광운 금봉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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