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수행 정진하면서 인생의 좌표로 삼았던 글귀
마음공부에 좋은 방편이라 생각되어 붓을 잡아
[통불교신문=박정원 기자] 비영리법인 국제종합예술진흥회(이사장 김창환)에서 공모한 제18회 국제종합예술대전이 8월 26일까지 접수 공모를 마치고 1차, 2차, 3차 최종심사를 끝으로 10월 17일~10월 21일까지 부산시민공원 사랑채 전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민화, 문인화, 서예, 캘리그라피, 서각, 조각, 공예, 디자인, 사진, 영상, 설치 등 종합예술대전으로 마지막 날인 21일 시상식을 통하여 수상자들에게 상장과 상패를 수여했다.
이날 시상식은 서예 퍼포먼스에 이어 축시 낭송으로 시작되었다. 국제종합예술진흥회 김창환 이사장은 “코로나 19 범유행으로 너무나 많은 곳에서 일상의 순환이 멈췄지만, 문화예술의 발전은 진화되고 있다”라며 “인간의 모든 감정을 녹여내 예술로 승화하는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열정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꽃피우고 이를 감상하는 시민들에게 희망과 힐링을 전파할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하며 출품 작가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 자리에서 대구 용천사 청호스님이 서예 부문에 출품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청호스님은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터이니”라는 뜻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휘호로 유명한 서산대사의 한시를 출품하여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스님은 서산대사의 한시를 쓴 이유를 ”출가 사문으로 수행 정진하면서 인생의 좌표로 삼았던 글귀입니다. 좌고우면하지 않으려 했던 삶이고 보면 사람들은 이러한 나의 행적에 대해 왜 이렇게 굳이 힘든 길을 가느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떠올린 것이 이 문장이었고, 세상의 풍파에 힘겨울 때 초심을 다지며 되뇌인 것도 이 문장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졸작이지만 출가수행자로서 마음공부에 더없이 좋은 방편이라 생각되어 붓을 잡았는데 아직 미숙하다며 겸손해했다.
이날 청호스님의 최우수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하여 대구 동구 무파사 일관스님, 대구 약천사 약산 스님, 대구 도경사 경도스님과 신도들이 꽃다발을 전하며 축하했다.
한국추사서예협회 이사 서예가 유곡 이남호 선생은 ”청호스님의 글씨는 추사체를 모본으로 쓴 글로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추사체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남산동에 소재한 용천사(주지 청호스님)는 매 분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백미를 기탁하는 등 지역사회에 자비 나눔을 실천하는 도심 속 수행도량으로 소문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