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불교신문=배철완 기자]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스님)는 8월22일 ‘다종교 현상과 종교 공존’을 주제로 호국불교연구 학술대회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불교 사찰이 존재했던 경기도 광주 천진암 터와 주어사 부지가 최근 한국 가톨릭의 성지로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을 전제로,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의 지혜를 발휘했던 역사를 되짚어보고,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바람직한 방법을 찾아보는 자리가 되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치사를 통하여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주어사와 천진암이 오랜 핍박 속에서도 불교의 전통을 유지하며 공존을 모색했던 스님들의 고난을 되새기는 기억의 장소로 재탄생하고, 종교공존이 이뤄지는 공공성지로 자리매김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모두 5명의 연구자가 주제 발표했다. 특히 이창익 고려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국가의 근접 조우 : 일제강점기 순교 개념의 굴절’ 주제 발표에서 “조선시대에는 순교의 상황에 놓였던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의 대다수 신자들이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신사참배나 황민화 정책에 동조했을 뿐 아니라, 특히 천주교와 기독교는 많은 신자를 유입시키면서 확고하게 기성종교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순교’가 순수한 종교적 가치가 아니라 정치적 가치로 변모됐음을 밝힌 것이다.
또 이 교수는 “순교는 국가와 종교의 대립에서 발생하는데, 종교를 선(善)이라고 하면 국가는 악(惡)이 된다”며 “병인양요 당시 조선인 천주교 신자들이 외국 군함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 천주교가 서양 침공을 도왔다는 혐의와 사실로서, 국가에 해를 끼친 사건과 연루된 순교를 현재 국가가 기념할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로 기릴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 천주교가 성지로 내세우는 곳 가운데 순교의 장소가 많다는 점에서 순교의 의미를 고찰한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은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가 종교 ‘공존’인데 ‘함께하려면’ 공감대, 접점이 있어야 한다”며 “접점을 찾아 함께하려면 ‘공존으로서의 종교’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들이 공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자세가 종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자신의 것을 일부 양보하며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종교이자, 자기희생적인 노력을 하는 이들이 진정한 종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창익 교수 외에 △윤용복 아시아종교연구원 원장의 ‘공공성과 신앙 : 성지화와 성물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병욱 고려대학교 교수의 ‘종교의 전파, 문화적 긴장과 화해 : 중국의 격의불교와 원효의 화쟁사상을 중심으로’ △이종우 상지대학교 교수의 ‘신앙과 충(忠)의 혼재 : ‘황사영 백서 사건’을 다시 보다’ △김성순 전남대학교 교수의 ‘남송의 선승 난계도륭(蘭溪道隆)이 중세 일본에 이식한 선에 대한 고찰’이 각각 발표됐다.
각 논문에 대해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문광스님, 조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오용석 원광대학교 교수가 논평하며 토론했다. 학술대회의 사회는 최연식 동국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불교사회연구소는 2011년 개원 이후 매년 ‘호국불교’를 주제로 연구 및 학술대회를 열면서 호국불교의 현대적 의미를 새로 정립하고 불교의 현대적인 역할과 가치를 모색해왔다.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스님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하나의 문화 속에 여러 종교가 함께하며 야기된 갈등과 긴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아름답게 조정하고 극복했던 역사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사회의 다종교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호국불교의 가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국서민불교학회 장정태 박사는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이 다종교 사회에 공존을 위한 중요한 방편으로 떠올라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