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용주사, 임인년 칠석기도를 회향하며…….
밀양 용주사, 임인년 칠석기도를 회향하며…….
  • 배철완 기자
  • 승인 2022.08.05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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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아무리 힘이 세도 부드러운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양초라도 심지가 없으면 불꽃을 낼 수 없다.
순리를 따르지 않는 자연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통불교신문=배철완 기자] 음력 칠월 칠석일인 4일 전국 사찰에서 칠석기도 법회가 봉행 된 가운데, 밀양 용주사(주지 성원스님)에서도 조촐하게 칠석기도를 회향했다.

회향 법회는 주지 성원스님의 집전으로 대웅전 부처님 전에서 업장소멸과 소원성취 등을 발원하는 칠석불공 의식으로 진행됐다.

[밀양 용주사 전경@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전경@사진=통불교신문]

주지 성원스님을 비롯한 십여 명의 신도들이 동참한 가운데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용주사 주지 성원스님은 칠석기도의 의미에 대해서 세세하게 법문을 했다.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사진=통불교신문]

다음은 성원스님의 칠석법문 전문이다.

 

칠석이라고 절에 오신 노보살님들이 있어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참 많이도 오셨습니다. 이 작은 절에 열 명이 넘는 보살님들이 자식 잘되라고 절에 오셨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칠석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십시다.

칠월 칠석은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속에 생명의 탄생과 장수를 기원하는 민속 명절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칠석날을 맞아 사찰에서는 자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밀양용주사 지장보살상@사진=통불교신문]
[밀양용주사 지장보살상@사진=통불교신문]

칠석은 칠성 신앙, 즉 인간의 길흉화복과 수명을 관장하는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한 일곱 신 칠성신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칠석기도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에 인격화된 신격을 부여한 치성광여래와 칠성여래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칠석은 사랑과 부부인연을 기도하고 칠성은 무탈과 수명장수를 발원하는 기도입니다.

칠석과 칠성은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지닌 불교 신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밀양 용주사 산신각@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산신각@사진=통불교신문]

가정마다 우리 어머니들이 한밤중에 장독대에 정화수 길러놓고 별님에게 기도한 것이 이제는 절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절에 오시면 칠성각이라는 전각을 사찰안에 모신 것은 우리 한국뿐입니다. 삼성각에서도 중심에 칠성여래가 자리 잡고 있어요.

칠석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와 하늘의 목동이었던 견우가 결혼하고 신혼에 빠져 맡은 임무를 소홀히 하자 옥황상제가 벌을 내렸어요. 둘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지내다가 해마다 칠월 칠석날 하루만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오작교를 비롯한 애틋한 만남의 정서가 배어 있는 아름다운 풍습이기도 합니다.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사진=통불교신문]

칠석은 숫자 7이 중첩된 날로, 칠성신을 섬기기에 가장 적합한 날입니다. 동서양 모두가 7을 길수(吉數)로 여기는 가장 큰 이유도 하늘과 별자리에 있습니다. 망원경이 나오기 전까지 인류는 하늘에 해·달과 수성ㆍ금성ㆍ화성ㆍ목성ㆍ토성의 7개 천체가 있다고 보았는데, 따라서 이를 일주일의 기준으로 삼았고, 동양에서는 우주 만물의 근원인 음양(日月)과 오행(五行)을 각 천체의 이름에 대입하였어요. 아울러 으뜸가는 별자리인 북두칠성 또한 일곱 개의 별로 이루어졌으니, 7수가 길수로 자리 잡는 데 천체의 영향력이 가장 강렬했을 때입니다.

숫자 7의 신성성이 별자리와 천체에서 비롯되었듯, 7이 겹친 이 날에 견우성·직녀성이라는 두 별자리를 두고 사랑 이야기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실제 칠석 무렵이면 은하수를 사이에 둔 두 별이 가깝게 보이기에,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헤어지게 된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단 한 번 만나는 날이라는 상상력을 펼친 것입니다.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사진=통불교신문]

치성광여래님과 북두칠성님의 지혜와 신통력은 헤아릴 수 없이 커서, 일체중생의 마음을 헤아려 갖가지 방편의 힘으로써 뭇 생명의 무량한 고통을 없애 주시고, 오래도록 천상에 머물며 인간세계를 비추어 수명과 복덕을 내리십니다.” <석문의범> 칠성청(七星請)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칠성각에는 칠성을 불교적으로 수용한 일곱 분의 여래가 칠성신과 함께 모셔져 있습니다. 이는 칠성신이 여래의 증명을 거친 존재이며, 칠성여래(七星如來)의 화현으로 나투신 존재임을 나타낸 것으로, 인간의 수명과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칠성신만이 아니라, 위 없는 일곱 분 여래의 자비와 위력이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나온 사람 뉘 덕으로 나왔는가. 석가여래 공덕으로 아버님 전 뼈를 빌고 어머님 전 살을 빌며 칠성님 전 명을 빌고 제석님 전 복을 빌어 이내일신 탄생하니라는 회심곡의 구절처럼, 칠성신앙은 수명을 주관하는 존재로 민간에 깊이 뿌리 내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찰의 칠성각은 그러한 인간 근원의 소망을 풀어내는, 작지만 큰 신성 공간입니다.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사진=통불교신문]

그런데 요즈음은 칠석의 민간풍습은 사라지고 없어요. 칠석이 되도 집에서, 마을에서 아무것도 안해요. 다 없어졌어요. 그런데 절에는 아직도 칠석기도라 해서 전통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요즘 이래 보면 밸런타인데이니, 빼빼로데이니 하면서 떠드는데 칠석기도 올리고 미혼남녀의 소중한 인연을 맺어주는 칠석법회에 나와야 되요.

칠성의 수명장수칠석의 견우와 직녀 만남의 의미가 자연스레 결합하여 칠석이 수복(壽福)과 남녀 인연을 모두 비는 날이 되었고, 칠성신 또한 이러한 기도를 모두 해결해주는 존재로 절에 가면 만날 수 있어요.

이를 기복신앙이다 모다 해서 배척을 하기도 하는데, 불교에서 전통문화의 견인차 구실은 물론, 전통의 현대적 창조까지 실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칠석기도입니다.

오늘 우리 노보살님들 오셨는데 칠석기도 올리시고 건강하시고 자식들 무탈하게 잘되라고 발원했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힘이 세도 부드러운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양초라도 심지가 없으면 불꽃을 낼 수 없다.

순리를 따르지 않는 자연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오늘 기도공덕으로 만사형통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리면서 칠석기도 모두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세요!!!!!“

[밀양 용주사 전경@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전경@사진=통불교신문]

용주사는 밀양에서도 초동면이라는 시골에 자리 잡아 모두 일하러 가고 기도 동참하시는 신도들이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시골 특유의 정이 넘치는 법회가 되고 있었다. 신도들은 많지 않지만 할 건 다 했다. 주지 성원스님의 오랜 지인이 부산에서 잘나가는 가수이자 산사음악회에 특화된 가수 주성철 씨가 출연하여 노보살님 10여 분 앞에서 통기타를 둘러메고 노래를 불렀다.

거창한 무대는 아니지만, 노보살님들은 박수로 응답했고 주성철 가수는 어머니 같은 보살님들 앞에서 마이크도 없이 열창했다. 참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의 시골 사찰 풍경이다.

[가수 주성철 씨의 열창@사진=통불교신문]
[가수 주성철 씨의 열창@사진=통불교신문]

용주사는 사찰 소유 25인승 버스로 노보살님들을 모시고 1달에 한 번 방생 법회를 다녀온다고 했다. 방생 법회도 법회지만 연세가 드셔서 나들이가 자유롭지 못한 보살님들을 위하여 바람 쐬는 정도라고 말하는 성원스님의 따뜻한 배려가 있음을 느꼈다.

밀양 초동면 용주사의 칠석기도법회는 아주 특별했다.

 

[법회문의] 경남 밀양시 초동면 초하로 634-19

용주사 종무소 T. 055)391-0413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 산사음악회 주성철 가수 특집@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 산사음악회 주성철 가수 특집@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 산사음악회 주성철 가수 특집@사진=통불교신문]
[밀양 용주사 칠석기도법회 산사음악회 주성철 가수 특집@사진=통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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