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미륵신앙과 민속신앙의 습합(2)
불교의 미륵신앙과 민속신앙의 습합(2)
  • 장정태 박사
  • 승인 2020.12.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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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한국에서 신앙되는 미륵은 최소 3가지로 분류된다. ①불교미륵 ②마을미륵 ③민속미륵(자연석 미륵,협업미륵)이다. 불교미륵은 불교계에서 신앙하는 미륵이라면 마을 미륵은 사찰에서 신앙되던 미륵불이 사찰 폐사와 함께 방치된 미륵으로 주민들에 의해 신앙되는 미륵이다. 위 두미륵은 불교 안에서 과거와 현재 신앙되던 미륵으로 외형상 미륵의 상호를 갖추고 있다. 이에비해 민속미륵은 민속신앙인 혹은 서민들이 그들의 의식으로 형상화된 미륵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미륵불보다. 특정한 바위, 산의 모습 혹은 장승을 미륵으로 명명하고 신앙되는 미륵이다. 모습으로 논한다면 전혀 미륵이라 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협업미륵은 사찰에서 신앙되는 온전한 형체의 미륵이다. 그런 미륵과 함께 최근 유행하는 ‘소원돌’ 형태로 미륵과 민속신앙이 결합된 협업관계의 미륵신앙이다. 한국의 전통적 미륵보살은 56억 7천만세나 된 후의 구제를 기다릴 마음이 들었던것일까 그 설명은 전혀되지 않았다. 이는 귀족이나 지식인의 구제관은 관념적이기 때문이며 지금 당장 혹은 내일이라도 시간상 다급하게 구제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 미래는 기다릴 수 없다고 해서 도솔천으로 상생하지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서민은 그 시간조차 없었다. 그것이 민속미륵으로 신앙되었다.

미륵을 통해 새로운 질서,체제의 희망 결국 지금의 체제에 대한 부정으로 연결된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욕구는 자신들이 이룰 수 없는 혁명을 미륵의 시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자연신앙을 불교의 미륵신앙을 통해 성취할 것을 바라고 있다. 위정자들에게 미륵신앙은 두려운 존재다. 미륵은 석가의 시대이후를 말하는데 석가를 현재의 집권세력으로 인식후 다음 시대인 미륵은 혁명,현재 정치체제의 거부라는 인식이다. 결국 미륵은 서민들에게는 현실의 부정신앙이며 집권세력은 위기의 신앙이다. 서민생활 속에 불교가 어떤 형태로 융화되면서 서민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가 하는 것이 서민불교사라면 서민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있는 불교를 서민불교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이들의 신앙형태를 놓고 미신, 속신으로 비난할 수 있다. 이는 신앙, 종교를 전유하고 있는 지배층의 입장에서 본 신앙형태이다. 서민불교의 특징은 특정종파에 예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신앙형태다. 서민불교와 민속신앙은 다양한 불교 이해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불교와 민속신앙의 습합 현상을 살펴보면 어떤 특정한 문화권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신앙이 외래의 종교에 의해서 변화가 발생할 때 처음에는 양자가 대립 갈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양자가 서로 적응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가 있게 되면 이어서 점차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변화는 그 자체로서의 탄력을 얻어 독자적인 과정과 실체가 돼고 재래의 것도 아닌 문화의 결정력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민속신앙이 불교화한 것과 불교 신앙이 무속화 된 것이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환인이 제석천으로 불리고 사찰의 산신각에 모셔진 산신이고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천신(太陽)신앙 산신신앙 수신(龍)신앙은 불교가 전래 하기 이전부터 숭배되어 오던 신앙이었다. 이들 신앙은 불교가 전래한 이후 불교와 습합된다. 그 과정은 전통 무속신앙에 불교가 습합되거나 불교에 전통신앙이 접촉결합 되기도 하는 2가지 양상으로 전개된다.

특히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한 뒤 뿌리를 내리고 성

[소원돌 @ 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소원돌 @ 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속신앙의 수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그리고 무속신앙 쪽에서도 불교의 위신력을 빌리거나 조직적인 체계화를 위해서 불교의 수용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무속신앙과 불교의 습합은 상호 필요성에 의해서 전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이 불교가 우리나라에 원만하게 정착하고 민중화될 수 있었던 것은 불교가 기존의 종교나 사상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관용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적 관용성은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지역으로 전파되었지만, 종교 포교를 위한 희생이 별로 없었다는 것에서도 알수 있다. 이런 불교의 자비와 관용의 정신에 의한 중생 교화가 불교의 민중화를 이룬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무속신앙과 불교의 습합을 말하고 있는 예가 다수 등장한다. 거기서는 전통의 무속신앙이 불교와의 교류와 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속신앙이 불교를 수용한 근거를 고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속신앙은 신이력이나 위신력이 자신들보다 더 뛰어난 불교를 수용하여 자신들의 권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불교를 수용하였다. 무속이 모시는 신 중에는 불보살이 많이 있는데, 이것은 자신들이 모시는 전통적인 신보다 신이력이 더 뛰어난 불보살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영적 세계의 능력과 범위를 더 확대하려는 의도에서이다. 무속신앙의 기능과 역할은 인간의 부귀영화나 수복, 안녕 등의 해결에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속인들은 신령들과 교제하거나 융합하여 신의 영력을 빌어 소원을 성취케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해결 능력이 불교가 더 뛰어났기 때문에 무속신앙에서는 자신들이 신앙하는 수많은 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신들을 수용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의례도 점차 불교식으로 변화해 가게 되었다. 무속의 제단에 모셔진 불보살 중 가장 인기 있는 신은 자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이다. 그리고 병과 온갖 재난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약사여래도 많이 신앙이 된다. 이외에도 제석과 사찰이 많이 신앙이 된다 제석은 불교의 제석천이 무속화 된 신이다 제석천은 불교에서 불법을 보호하는 신이었지만 무속에서는 장수, 곡신, 옷, 재앙을 관장하는 신으로 변화되었다. 사찰은 무속의례에서는 할머니로 많이 등장하여 높은 지위에 올라 있다.

둘째 무속의 교리나 의례에서의 불교 수용이다. 무속은 내세관에서 불교의 내세관을 수용하고 있다. 즉 불교의 저승 관념을 받아들여 무속 본래의 저승관에 변화를 주었다. 무속에서는 내세를 극락으로 상정하고 극락은 서역국에 있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정토 사상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옥의 관념도 불교의 지옥 관념을 빌리고 있다. 또한, 무당이 굿을 하는 중에 불경과 염불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속이 불교를 빌려 자신들의 교리와 의례를 좀 더 정밀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무속신앙의 강화를 위해 불교를 수용하였다. 무속은 외래종교인 불교의 신앙대상과 체계를 빌려 민간의 종교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된 체계를 만들려고 하였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한 이후 국왕들에 의해 수용되고 고려에 있어서는 국교로 정해졌다. 따라서 불교는 명실상부하게 국가의 지도이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무속신앙은 불교를 모방하여 종교적인 위상을 높이려고 하였다. 따라서 무속에서는 불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혼합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무속에서 무당을 보살이라고 부르거나 불교의 신을 무당의 신단에 모시는 것이나 서낭당이 단청한 전각으로 발전한 것을 말할 수 있다. 불교가 외래종교이면서 한국 사회에 주류종교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신앙인 무속과의 습합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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