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8)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8)
  • 장정태 박사
  • 승인 2020.10.2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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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혼합현상의 원인과 배경
종교에서 순수성을 규정하기 어렵다.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 때문에 규정되었을 뿐이다.

2) 불교에 민간신앙 혼합

한국에서 불교와 민간신앙의 혼합 시기는 대체로 진평왕ㆍ선덕왕 이후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원인은 이때부터 불교의 대중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불교는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쉽게 포교를 할 수 있었다. 이것은 외래종교인 불교가 한국에 들어와 각기 신관ㆍ제의ㆍ사제ㆍ종교적 사상체계ㆍ신도의 태도 면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수수관계가 이루어져 한국적 종교로 변용된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은 외래종교로서의 생존이 전통적인 한국의 종교적 토양을 떠나서는 살아나가기 어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변용된 원인은 그 일차적 원인을 무속과 불교가 그 기저에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이런 종교적 미분성의 기반을 지닌 체 불교가 한국적 종교 토양 위에서 성장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히 재래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의 요소가 불교에 들어가고, 이렇게 불교와 민간신앙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민간신앙 쪽에서 다시 불교의 종교적 위력이나 조직성을 원용하여 상호 수수적 혼합현상이 있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토착 신앙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혼합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유독 한국불교만의 현상이 아니라 불교 전반의 특징이며 한국으로 유입된 불교는 인도에서의 원형을 간직했다기보다 중국을 통해 들어오면서 일차적으로 노장사상과 유학()이 혼합된 중국화 된 불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의 전통사상과 불교가 혼합되어 새롭고 독창적 불교로 거듭난 후 한국으로 전래하면서 일차적으로 우리의 민속신앙과 혼합된다. 산신과 도교와의 습합, 칠성신앙과 불교의 혼합은 불교와 도교, 민속신앙이 공존하는 가람()의 구도를 형성하는 것에서 바로 그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불교가 이들 종교와 혼합된 것은 단순히 외형적인 전각에서만 아니라 사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탱화에서 찾을 수 있다. 칠성, 산신, 독성, 용왕, 조왕신이다. 사찰에서 주로 치루는 49재와 굿의 구조적 유사성은 불교 속에 이들 민간 신앙적 요소를 불교가 수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수용의 일차적 원인으로 절을 찾는 신자들의 요구, 이후 신자들의 수준에 의한 도입이라 할 수 있다.

불교의식과 민간신앙이 혼합하여 깊이 뿌리를 내린 대표적인 행사로는 연등회와 팔관회을 들 수 있다.

팔관회는 토속신앙과 불교가 혼합된 것으로, 원래는 토속신인 천령과 오악, 대천 등에 제사하던 제전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팔관회는 551(진흥왕 12)에 처음 행해진 이래 4차례의 기록이 보인다.

특히 이때 행해진 팔관회는 모두 호국의 성격이 짙었다. 팔관회가 국가적 정기 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고려조에 들어서였는데 고려 태조는 훈요십조에서 '천령 및 오악·명산·대천·용신을 섬기는 대회'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팔관회는 불교에서 말하는 살생·도둑질·간음·헛된 말·음주를 금하는 오대계에 사치하지 말고, 높은 곳에 앉지 않고, 오후에는 금식해야 한다는 세 가지를 덧붙인 8가지의 계율을 하룻낮 하룻밤 동안만 엄격히 지키게 하는 불교의식의 하나였다.

이 같은 성격을 지닌 팔관회가 고려에서는 이미 태조 때부터 토속신에 대한 제례를 행하는 날로 그 성격이 바뀌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만 이런 재회를 통해 호국의 뜻을 새기고 복을 비는 것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팔관회는 연등회와 매우 비슷한 대회였음을 알 수 있다.

사자의 명복을 비는 사십구재나 100일제, 고혼의 위령제인 수륙제와 생전에 미리 왕생극락의 길을 닦는 생전 예수지 등 사령제 현세 복락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기도의 각종 의례, 곧 자식 발원과 장수 연명을 가원하는 칠성기도, 사업 성공과 번창을 비는 산신 기도 등은 불교 의례 속에 무속적 요소가 개입되었다.

이처럼 불교속에 있는 민간 신앙적 요소가 하나의 의례로 정착하게 된 것은 불교의 토착화의 목적으로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산신을 비롯하여 칠성을 현재도 불교계에서 왕성하게 신앙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불교계에 나타난 민간 신앙적 요소가 비불교라는 주장이 무색하게 신앙이 되고 있다.

[산신상 @ 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산신상 @ 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지리산 화엄사 산 내 암자 봉천암 뒤에서 치루는 산신제에는 화엄사의 스님등 사부대중이 동참하여 매년 33()에 치른다. 이날 산신제 순서는 독축(천수경)-산왕대신거불-회향화정(공양올림)-첨잔(정근혜서)-독축-산왕대신독송-기원 측(시주자, 사부대중)-도축(반야심경)순으로 진행되었다. 기원 내용은 사찰은 국태민안, 화재 예방, 불교중흥, 신도 가정 평화축원이다. 신도들은 대주의 사업번창, 자식 건강, 득남기원, 종교적 원력이다.

불교의 민속화 과정에서 민간신앙 의례가 불교에 들어간 것으로 사례로 사십구재, 수륙재, 예수재 등의 진행 절차에서 범패, 작법무, 바라춤 등과 함께 개인적인 수명장수, 소재액 난 구제, 현대적 욕망을 위해 신불의 가호를 비는 의례형식이 되었다.

불교 신앙 의례의 청사 및 설단 윗목을 보면 미타청, 미륵청, 약사청, 관음청, 지장청 등 불교 정신의 대상인 불보살을 청하여 그에 따른 신앙의례를 행하는 이외에 칠성청, 신중청, 조왕청, 현왕정, 제석청, 가람청, 태세청, 정신청, 국사단, 성황단, 재신당, 시왕단, 사사단, 마구단, 사자단 등 많은 민간 신앙적 대상을 불교 신앙의례에 수용되고 신왕단, 칠성단, 산신당, 영단 등 일반 민간 신앙적 요소에 자행 의례의 공덕을 회향하여 불교적 의미를 부여되었다.

민간신앙에서 기복적 요소가 강한 재수 굿이 불교 예식에서는 재를 행하지 않고 재수불공으로 행한다. 같은 재수불공이라도 주된 신앙의 대상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산신 불공, 신중 불공, 관음 불공으로 나뉜다. 민간신앙의 요소들이 불교와 결합하면서 불교화된 의례 가운데 우리들의 의식과 별개로 공존하고 있으며 일부는 원류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이 불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결론

불교가 붓다에 의해 창교된 이후 전법을 통해 많은 민족과 국가에 포교 되었다. 포교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종교, 신앙과 혼합의 형식을 통해 또 다른 지역으로 전도되었다.

수차례 지역과 국가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유형의 불교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혼합현상은 결국 본래 불교의 모습과 혼합된 종교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한국불교의 모습 역시 한반도에 전래하면서 불교 본래의 모습과 민간 신앙적 요소가 혼재한 불교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한편으로는 민간신앙 역시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과 함께 불교와 혼합된 새로운 민간신앙의 모습 재발견되었다. 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의도적으로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혼합현상을 표제어로 선택했다. 한국불교 현상 속에 있으면서 우리 스스로 외면하거나 피하고 싶었던 주제다. 우리가 피하고 외면하는 동안 불교와 민간신앙의 경계는 얕아졌다. 어느 순간 그들은 함께 한 공간에서 신앙이 되고 있었다.

종교에서 순수성을 규정하기 어렵다.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 때문에 규정되었을 뿐이다.

특히 종교적 믿음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형태가 교조의 가르침대로 행하고 있다는 신념이 강하다. 신자()들의 믿음을 이끌어주는 성직자들에 의해 이와 같은 믿음은 확신하였다. 그런 집단일수록 권력과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해소하는 능력보다 기도의 응답’,‘성불 보았다(민간신앙)’,‘기도가 잘 되는 곳으로 신도()들을 인도하고 있다.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은 미신으로 분류되던 신앙과 불교가 혼합된 채 존재하는 현대적 현상을 논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말하는 미신은 없다. 유무형의 힘을 가진 집단에서 보기에 불편한 믿음이 있을 뿐이다.

그 믿음을 기복신앙으로 구분하고 경멸할 뿐이다. 대다수 종교는 기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만 나의 믿음은 예외라는 생각이 있을 뿐이다.

본 논문에서 주장하고자 한 것은 불교와 민간신앙의 상호 혼융의 관계성으로, 특히 불교의 민간신앙 수용이었다. 그 양상은 늘 변화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변화양상을 지속해서 주목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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