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7)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7)
  • 장정태 박사
  • 승인 2020.10.1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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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혼합현상의 원인과 배경

혼합현상의 원인과 배경

또 다른 무가의 내용을 살펴보면 불교 교리와 혼합된 경우도 발견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어떤 중상이 나려왔나 어떤 중상이 나려왔나 검고 푸른 중상 푸르고도 검은 중상 우리 중상님 거동을 봐라. 바라 시주를 내리실 때 강원도 금강산 좋단 말 듣고 백팔염주를 목에 걸고 서발단주 손에 들고 팔대 장삼을 입으시고 세모진 고깔 숙여 쓰고 바라시주 하오 실 때 아침제미 돌아다가 저녁 불공 올리시고 저녁제미 돌아다가 아침 불공 올리시고 바라를 사오 바라를 사오…….명 다리 복 바라요. 없는 아기는 점지하고 있는 아기는 수명장수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지역적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주로 시행되고 있는 한양 굿 열아홉 거리 가운데 5번째 <중상거리>의 일부다. 강원도 금강산에 사는 스님이 절에서 내려오는데 시주에 동참하면 아이를 점지하고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아마타 부처님께 지극 발원하고 있다.

중상은 스님을 말하고 서발 단주에 단주는 짧은 것을 말하는데 서발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짧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도 서발이라는 강조는 짧다는 의미를 덧붙이는 현상이다. 제미는 제를 올릴 때 쌀이나 공양을 올리는데 그때 쌀을 채워 올리는 쌀 제미, 제미라고 한다. 제를 올리는 쌀은 통상 멥쌀을 쓴다. 그래서 잿 멥쌀, 제미쌀, 제미로 된다.

예로부터 제를 올리는 공양을 지을 때는 놋으로 만든 솥을 사용해서 공양을 짓는다. 그래서 놋그릇으로 지운 공양 또 멥쌀로 지었으니까 놋그릇, 노구, 멥쌀, 노구메, 녹음 이런 변화과정을 거치게 된다.

제미를 얻으러 다니는 것을 탁발이라고 하지만 시주하러 다닌다고 한다. 중상님이 시주를 해서 결국은 공양을 지으니까 시주, 제미, 공양이 두루두루 복합적 의미로 통용되어 쓰인다. 또 중상이 시주를 도는 예도 있지만, 중상이 아닌 사람들이 시주를 도는 경우는 첫째 거지들이 얻어먹으러 다니는 경우다. 무당이 내림굿을 받기 전에 동네를 돌며 시주를 하기도 하는데 이에 걸림 돈다고 한다.

둘째 광대 패거리들이 지신밟기 등 도는 행위다. 이런 경우 광대는 탈, 가면을 쓰고 도는데 가면과 제미가 혼용되다 제면이라는 새로운 말이 나오게 된다. 제면 돌러간다.

끝에서 제면 떡을 판다. 그래서 제면 떡, 제미 떡을 사 먹어야 굿이 끝난다고 한다.

현재 전국에서 무속인들이 부르는 무가의 내용에는 옥추경,천수경, 천지팔양신주경, 반야심경등 불경과 위경 혹은 도교의 경전이다. 그런데도 모든 경에 시작은 아문여시(我聞如是)과 같은 구절이 등장하고 있다.

 

높은 데다 절을 짓고 얕은 데다. 초장 지어 염불 타령 없을쏘냐

일쇄동방 결 도량 이새남방 득 천 냥

삼세서방 구정토 사새북방 연안강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얼마나 좋으신지 정말 좋으시다.

 

이렇듯 무가의 일부가 불경과 혼합된 경우 무속인들이 자신의 법당(이들은 자신의 전안, 신당을 법당이라고 부른다. 편집자 주)에서 목탁을 이용하여 기도한다.

[산신탱 및 산신상@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산신탱 및 산신상@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불사 맞이와 함께 불교적인 것으로 제석거리가 있다. 이것도 불사 맞이와 거의 같은 성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석거리로 대치되는 경우도 많다. 제석거리에서도 무속인이 제금(바라)을 들고 독주를 한다.

또 불교계 유사 경전의 구절을 타령형식으로 부르며 제금 위에 밤을 얹고 <바라()를 판다> 사람들이 밤을 사 먹는다. 이를 <바라를 산다.>고 한다. 이 밤을 사 먹으면 특히 어린아이들은 수명 장수한다고 하는 신앙적 의미가 있다.

 

불교적 특색이 강한 불사 맞이나 제석거리에서는 주로 어린이의 수명장수를 기도하는 신앙에 특징이 있다. 도교의 영향이라고 보이는 칠성신도 수명장수와 밀착되어 있는데 그것은 칠성신이 순수한 도교의 신이라 하기보다는 이미 중국에서 불교화한 신이기 때문이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신이 수명장수를 관장하는 수호신으로 되어있다.

불교사찰 안에 있는 칠성각이나 산신각이 이러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아 수명장수 즉 어린이 수호신으로서 기능하는 점에서 쉽게 상호 교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제석신을 모시는 거리에서 소놀이굿을 하고 있으며 또 제석 항아리가 농경신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불교적 신인 제석신이 풍요를 비는 농경 신으로 혼합된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적 신이 어린이의 수명장수와 농경의 풍요 신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이 복합된 것이 <고사반>이다.

무속에서는 지옥이란 관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지 못하고 떠도는 신세가 되면 뜬 귀나 잡귀가 되는 것이다.

지옥에 떨어진다는 관념은 불교와 혼합되면서 생긴 후대 사생관이다.

무속인들이 구송하는 무가에의 내세관을 살펴보면

 

나는 오구 받는 영혼을 들어

내게 앞에 길을 치어서

오구 받는 영혼들을

양금첨 꽃밭에 시왕 세계로 인도하여

불설문에 보내 주시고

나무애 허어-나무아미타불

밝은 길은 시왕 길이오.

넓고 어두운 길은 칼산 지옥이오.

꽃가지 꺾지 말고 시왕 세계 극락세계

상상 구 품 연화대요

지연으로 왕생극락하소서.

나무아미타불…….

 

무가에서 말하는 어두운 칼산지옥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의 일종으로 불교가 들어와 무속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칠 공주 말미 받아 극락세계 연하대로 산 하시는 날이시니

안당 불고 분향 하직 상산설문

맨발로 신을 클러 천지옥경 문을 열어 산하실 제

마포구 용강동 분향에 하직찌게 벗으시고

여의도 성모병원 객사찌게 벗으시고

극락세계 연하대로 선 하시는 날이로서니라

산신은 산을 섬겨 물신은 물을 섬겨

길신은 길을 섬겨 극락세계 연하대로 왕생극락 산하시고

창영 조 씨 열두 혼전 남망제님 청주 한 씨 아홉 혼전 뒤를 따라

극락세계 연화대로 산하시고

 

위 무가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망자의 영혼은 극락세계, 연화대로 가길 원하고 있다. 이렇듯 무가의 일부는 불경과 혼합되어 불교의 극락과 지옥의 내세 형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지노귀굿은 무속인 이 죽은 자의 저승문을 열기 위해서 큰 머리를 쓰고 사제 상을 돌면서 춤을 추기도 한다. 이것을 <쌍계새남>이라 하는데 이 거리는 큰 절에서 괘불을 빌려다가 굿청에 모셔놓고 굿을 하는 무당이 있는가 하면 천근새남이라고 하여 떡을 2가마 정도 장만하고 절에서 스님을 모셔와 일회용으로 사용할 십대왕 무신도를 새로 장만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이 굿은 무속인이 독자적으로 행하는 굿이 아니라 사찰과 스님과 유기적 관계 속에 행해짐을 알 수 있다. 이 굿의 핵심은 무녀가 사자가 되어 망자를 데려와 가족과 대면시키고 대화를 나누고 저승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죽음으로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갑자기 죽었기 그 때문에 죽음에 대한 확인이고 최후의 이별을 위한 송별잔치라고 할 수 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의 무대이며 이별을 확인하는 장이다.

이로써 망자는 가족과 함께 자기 죽음을 확인한 후에 마음 놓고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결국, 불교적 세계관은 죽음을 확인하는 내용이고 죽음 자체에 대한 설명으로서 무속의 세계관을 보완하고 있다. 민간신앙과 불교가 만나 내세관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무속은 지극히 현세적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게 살면 된다. 인과사상과 사후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는 이승에서 이별은 다음 생에 만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민간신앙도 사후 어느 공간에서 재회가 없다. 이승에서 인연은 이승에서 헤어짐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이것은 무속뿐 아니라 동양사상 전반이 가지고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불교가 상호영향을 미치면서 내세관이 생기게 된다. 이것은 이 두 종교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 공통점이 있었고, 그런 종교적 기반 위에서 이차적으로 상호 교류가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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