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6)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6)
  • 장정태 박사
  • 승인 2020.09.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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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혼합현상의 원인과 배경
1) 민간신앙에서 불교 습합

우리 역사에서 혼합적 현상으로 삼국시대 국가의 왕권 강화 차원에서 유교, 불교, 도교 삼 교가 수용되었을 때를 보더라도 큰 충돌과 대립 없이 진행된 수용의 양상은 배타와 차별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역동적으로 포용하고 조화하는 특질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언한다.

즉 한민족 문화의 기층에는 종교 간의 분열과 대립을 조화하는 포함 삼 교의 문화적 특성이 선험적으로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종교를 접목할 가능성이 전통적으로 내재해 있다는 사실과 원리를 논리적으로 천명하고자 시도한 인물이 바로 최치원(崔致遠)이다.

그는 난랑비서에서 우리나라에는 깊고 오묘한 도가 있다. 이를 풍류라 한다. 이교를 설치한 근원은 선사에 자세히 실려 있거니와 실로 이는 삼 교를 포함한 것이요, 모든 중생과 접하여서는 그들을 인간화하였다.

당시 동아시아 문화의 정수였던 유불도 삼교와의 직접적인 대비를 통해 풍류(風流)’를 밝히고, 그 특징을 포함삼교를 통해 드러내었다. 현묘지도(玄妙之道)로서 풍류가 있었다는 최치원의 언명은 신라에 예로부터 전해지던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계승되고 있음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나아가 풍류에 본래부터 삼 교의 정신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이치가 담겨 있음을 설명하여 한국 선도의 사상적 폭과 포용력을 역설하였다.

최치원의 이 같은 시도는 삼 교의 문화가 반복 재현될 수 있었던 종교적 심성이 한국 선도의 한 측면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치원을 비롯하여 김시습이 삼 교의 융화를 지향하였고, 휴정은 삼가귀감(三家龜鑑)을 저술해 상이하게 이해되었던 삼 교의 공통분모를 모색한 것은 어떠한 종파나 이질적인 사상체계도 받아들일 수 있는 종교적 심성이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증언한다.

아울러 원효의 원융회통(圓融會通), 의천의 선교합일(禪敎合一), 지눌의 정혜쌍수(定慧雙修), 율곡의 이기지묘(理氣之妙) 등은 상반된 상대를 부정하지 않고 긍정하면서 화합과 평화를 지향한 선각자들의 노력을 가늠하게 한다.

동해안·경상도 지역의 무속은 훨씬 불교적인 영향이 강하다. 우선 굿당 자체의 장식이나 신당의 구성이 불교적이다. 신단을 불화나 조화로 장식할 뿐만 아니라 팔 보살을 그린 신화를 여기저기에 걸고 맨 중앙에는 극락문을 그려 붙인다.

그리고 인간을 구원하는 탑 등을 만들어 걸어 두었으며, 굿당에서 밖으로 줄을 매고 바깥 기둥에 보신개라는 술이 달린 장식을 하고, 용선을 절어 놓는다. 신단에는 경이 위패를 꽂는데 이것은 불교사찰의 영단과 비슷하다. 또 많은 거리마다 불교 경문을 외우고는 한다.

불교적 특색이 강한 굿(석 또는 거리에 해당함)으로 별신굿 가운데에 시준 굿이 있고, 오구굿의 문 굿이 있다. 시준이라 세존을 말하는 것이고, 이것이 <석가세존>을 의미하는 불교적 신명을 말한다. 서울의 무녀의 불사 맞이와 마찬가지로 무녀가 장삼을 입고 고깔을 쓰고 염주를 목에 걸고 바라를 들고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이 특징이다.

무속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신격으로는 자연신 외에도 역사상 영웅을 비롯하여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단군, 신라, 고구려, 백제, 조선조에 이르는 동안 건국조,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이 주로 대상이다. 최영, 김유신, 계백, 남이, 임경업 장군가 있다.

최근에는 맥아더 장군을 비롯하여 박정희 대통령을 몸 주신으로 하는 무속인들이 생기고 있다. 그 외 각 종교의 창교자 내지는 지도자도 등장하고 있다.

[ 무속탱화@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 무속탱화@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불교에서는 붓다를 비롯하여 여러 보살, 원효, 나옹, 사명당, 서산, 약사보살로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을 모시기도 한다. 그 외 유교에 공자, 기독교의 예수도 예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존에 연구자들은 무속인들이 신령으로 하는 대상들이 원한 맺힌 삶을 살았던 사람들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현장과 괴리된 관념적 연구성과다. 원효, 나옹, 이성계, 김유신 등 실존 인물이다. 무속인에 있어 몸 주신은 원과 한을 푸는 것이 무속의 본질이란 의식에 의해 주장되고 있다.

특히 민간신앙에서 부처님으로 통칭하는 석가모니와 삼불제석은 천신과 함께 최상의 신으로 신앙이 된다. 이처럼 민간신앙에서 불교의 신격을 신앙하는 것은 무속인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며 무신과 경계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민간신앙 스스로 불교의 신격들을 전통적인 민간신앙 속으로 영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민간신앙에서는 깊은 관계를 맺은 신이 굿에 등장한다. 굿은 보통 열두거리라는 과정으로 되어있고, 이 열두거리 안에 신들이 모셔지는 것이다. 한 거리라 하여도 많은 신이 모셔지는 것이지만, 이들 신은 대개 같은 종류나 부류에 속하는 신들로 기능이 비슷한 것이 상례이다. 가령 대감거리라 하여도 터줏대감, 걸립 대감 등 명칭이 다양하지만, 실제의 기능 면에서는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무가는 거리마다 다르고 다른 내용이었으나 끝에 가서는 천수경, 반야심경, 도량계와 49원 염불타령을 곁들여 있다. 어떤 거리에서는 관음경을 외우고 노래로 범패의 짓소를 붙인다.

굿에서 가장 불교적 색채가 중요한 것은 불사거리와 지노귀굿이다. 불사맞이 또는 천궁맞이 안마당이나 마루에서 무속인이 흰 장삼에 고깔을 쓰고 108 염주를 목에 걸어 불교적 복색을 하고 굿을 한다. 바라춤을 추면서 독경을 하며 신자들에게 신을 대리하여 공수를 내린다. 이때 무가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바라에는 대시주요

소바라에는 소시주라

아침재미를 졸아다가

저녁불공을 잡수시고

저녁재미를 졸아다가

아침불공을 잡수시고

퇴락한절도 이룩하고

부처님개도 잡수시고

이바라시주를 많이 하시면

단명헌이는 장수하고

무자한 이는 생남하고

가난헌이는 부자되고

선팔십 후 팔십 다산 노인

극락길도 밝은 바라(天王)

 

시주를 많이 하고, 불공을 드리고, 허물어져 가는 사찰, 부처 개금에 시주를 하면 장수하고 자손을 얻고 부자가 된다는 축원 덕담을 하고 있다. 무속인이 구송하는 무가라는 느낌보다는 불교에서 시주를 청하는 화주승의 축원 덕담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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