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4)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4)
  • 장정태 박사
  • 승인 2020.08.21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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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혼합현상의 원인과 배경

종교에서 혼합은 사실 종교 전통 사이의 교섭 관계를 의미한다. 특히 종교사상의 혼합이나 교섭 관계는 무궤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원칙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복, 구도, 개벽의 삼대 신념 유형은 어느 종교 전통(특히 고전 종교)에나 다 있는 것이다. ‘하나의 종교-그리스도교 또는 이슬람-에 익숙한 유럽과는 달리 한국 사회는 처음부터 다종교사회이다.

유럽이 단일종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하나의 사회를 강조한 데 반해. 한국은 여러 종교가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이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하나의 종교가 필요하고 그 때문에 다양한 종교를 관용할 수 없었던 데 반해. 한국은 사회의 통합을 위해 하나의 종교가 필요하지 않았다.

종교 간의 만남과 교환이 일상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그 만남 위에서 삶이 펼쳐졌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적 혼합현상으로 다종교사회인 것은 단순히 여러 종교가 공존한다는 현상을 넘어 한 종교 안에서 여러 종교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데서 가장 잘 드러난다. 다른 종교와 혼합되지 아니한 순수한종교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다.

한국의 종교 다원 현상은 지리적인 의미를 넘어 인간학적인 의미로도 이해된다. 이 사회에 사는 인간들(의 삶)이 종교 다원적으로 형성되었다는 말이다.

한 인간 안에서 여러 종교가 만나고 있다. 이것은 유럽인에게는 불가능하다. 유럽에서는 한 인간은 그리스도인이든지 아니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리스도인인 동시에 이슬람교도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 불교 신도이면서 동시에 무속인일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인인 동시에 무속에 의지하며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종교적 이중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어떤 특정한 신념 유형을 유지하게 될 때 그 유형에 따라서 여러 종교 전통의 사상 내용을 수용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새로운 혼합사상 내지, 혼합종교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이 3대 신념 유형간의 삼각관계가 습합현상의 규범을 이루고 있다. 습합이란 두 문화가 절충하여 서로 변모하고 때로는 제3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변용을 말한다.

19세기 말 조선에서 활동한 선교사 헐버트(Homer B Hulbert)는 한국에 불교, 유교, 도교 등의 외래종교가 있지만, 그들은 상층구조에 불과하고 한국인의 원래의 기본적인 종교는 신령숭배라 보고 여기에는 정령신앙, 샤머니즘, 배물 신앙 그리고 자연숭배가 포함되고 있으며, 불교와 유교의 신앙체계도 결국 이 신령숭배와 혼합해서 하나의 혼성적 불교를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한국 사회는 단일종교를 가져보지 않은 다종교 국가이며 다원주의적 씬크레티즘 사회다.

[한국의 민간신앙@사진=한국민속신앙연구회 제공]
[한국의 민간신앙@사진=한국민속신앙연구회 제공]

종교혼합 현상은 이전 종교가 지녔던 공간과 시간에 새로운 종교가 겹쳐지며 발생한다. 종교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새로운 종교의 모습으로 변화라는 긍정적 논의도 있다.

특정 종교를 신앙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종교로 개종 이후 내면에는 기존의 신앙을 간직한 채 새로 신앙하게 되는 종교현상도 보인다. 실례로 한국 기독교인 가운데 목사들의 신방을 요청하면서 안방에서 주로 기도를 요청하는 현상은 기존의 안택기도의 재현이다.

새로 건축하면서 목사를 초청하여 기도를 청하는 경우 기존의 터다지기라는 지경 신앙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땅이 가지고 있는 기를 눌러주는 기도형으로 혼합주의라고 할 수 있다.

민족 고유의 정서를 종교만큼 잘 반영하는 문화적 양태도 흔치 않다. 더구나 다른 민족과의 접촉과 교류할 때 민간신앙은 외래종교와 만날 수밖에 없고, 이때 일어나는 복잡하고 미묘한 정신사의 드라마는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외래종교가 고유의 종교와 너무나 다를 경우 그것들의 관계는 애당초부터 불협화음이나 냉담한 거부반응으로 끝나버릴 수 있지만, 반대로 서로간의 상사와 공통의 요소가 적지 않을 경우 두 종교의 만남은 오히려 혼합의 가능성을 띤 것으로 나아간다.

이때 두 종교는 당연히 상호친화의 길을 모색하면서 복잡 미묘한 혼합사의 과정을 만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설사 외래종교라 할지라도 오랜 세월과 더불어 민족종교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민족의 전통적 요소마저 흡수ㆍ소화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신앙의 구조는 맨 밑바닥에 생득적으로 발생한 자연신앙이 있고, 거기에서 정령숭배가 일어나고, 이 숭배에서 신령이나 조령의 신앙이 진전되고, 이와 함께 신당 ·감터란 신앙이 동반했다.

2차적인 민간신앙이 다시 성립종교와의 접촉에서 세속적인 혼합신앙으로 옮겨졌다. 그래서 민간신앙은 민간 사회층에서 중첩적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민간신앙을 한국인의 종교 생활 체제란 측면에서 보면 성립종교의 밑에 정의되면서도 그 종교들의 기층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불교 신도이면서 유교식 제사를 지내고 조선 시대 유학자이면서 자기 조상을 위해 절에서 천도재를 빈번히 진행하고 있다.

임금이 양광도 안렴사(楊廣道按廉使) 조박(趙璞)과 경상도 안렴사 심효생(沈孝生), 백성으로서 상복(喪服)을 입은 사람이 절에 가서 부처에게 공양(供養)함을 금지한다는 말을 듣고 이에 말하였다.

"이색(李穡)은 세상에서 큰 유학자가 되었으나 또한 부처를 숭상하였는데, 이 무리는 무슨 글을 읽었건 대 부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와 같은가?" 상중의 사람이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을 금한다는 말을 듣고, 임금이 지나치다고 탄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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