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3)
한국불교와 민간신앙의 습합현상(3)
  • 장정태 박사
  • 승인 2020.08.0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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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혼합현상의 원인과 배경-1

일반적인 종교현상으로 이질적인 것과의 접촉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늘 수용하는 가운데 부단한 자기갱신을 이루어 나갔다. 살아있는 종교는 대부분 그와 같은 작업을 통해 계속되며 이러한 종교현상을 혼합현상이라고 한다.

혼합주의라는 개념은 한꺼번에 묶어놓을 수 없는 이질적인 종교와 개별종교, 신앙들이 서로 융합되어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개념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이 말의 뿌리는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플루타크 영웅전에 등장하는데 서로 경쟁상태에 있던 크레타 사람들이 외부로부터 위험에 닥치자 상층된 입장들을 유보하고 함께 뭉쳤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16세기에는 에라스무스의 용어를 빌어서 서로 모순 대립하는 신학적 입장들의 공통점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였다.

훨씬 뒤에 가서야 이 말은 함께 섞어 흔들어서 혼합한다.’라는 그리스어의 표현과 유추 해석되어 쓰였다. 두덴(Duden)사전에 따르면 혼합주의란 여러 가지 종교와 신앙 또는 철학적 교리의 혼합으로서 내적인 동일성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늘날의 혼합주의 개념을 틀 지운 것은 17세기 독일의 신학계에서 벌어진 논쟁이었다.

혼합 개념은 한국중국일본 삼국 가운데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면서 보편화하였다. 일본에서는 가네모토 이후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사상, 종교 등의 절충 또는 조화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으나, 일종의 종교적 신크리티즘(syncretism) 개념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최문기 교수는 혼합의 실례로 불교 사찰에서 찾고 있다. 산신각, 유교 제사에 떡이 주요 제물로 등장하는 형태, 가톨릭교에서 전례를 무()에서 굿의 한 형태로 생각한다든가 묵주나 성수, 그리고 십자가상을 비결 처방이나 부적의 형식으로 간주한다.

 

사전적 의미로 혼합이란 뒤섞어서 한데 합함’, “녹여서 하나로 합치는 것이나 융해하고 화합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어로 융합을 의미하는 ‘fusion’도 라틴어의 ‘fundi(융해하다)’‘fusus(융해)’에서 유래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역사상의 모든 종교는 기존 문화의 혼합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할 때, 역사 현상으로서의 혼합현상이 적용되는 것이다.

어떠한 종교가 수용되었을 때, 이전에 있던 요소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새 종교 안에서 새로운 요소와 결합하는 것이다. 결국, 순수한 종교나 순수한 종교 사상은 있을 수 없으므로 한 종교는 불가피하게 여러 종교 전통의 사상적 유산을 동시에 수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종교적 혼합(syncretism)두 가지 이상의 종교적 요소(혹은 전통)의 상호접촉 때문에 생기는 현상, 형태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현상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그것을 보는 시각이나 보이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일본은 신크리티즘의 현상을 혼성교, 혼효종교, 습합종교, 중층신앙, 융합종교, 종교적 중층화, 종교적 병렬화 과정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 개념과 내용 파악의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자료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자료사진=한국민속불교학회 제공]

영어권에서도 syncretism 이외에 blending, parallelism, coalition, co-existence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크레티즘(syncretism)이라는 말은 종교개혁 이후 신학적 욕설로 쓰이기 시작했다.

종교개혁 직후 17세기 독일의 루터파 내에는 혼합주의 논쟁(syncretism controversy)이 벌어졌다. 신학자 칼리투스(George Calcites)는 당시 루터파 내에 존재하던 여러 진영이 중요한 진리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일치하지 않는 점들과 서로에 대한 적의를 누그러뜨리고 주님의 제자로서 일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반대자들에 의해 순수한 루터 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받았다. 반대자들은 칼 라투스를 종교를 무원칙하게 뒤섞는다는 의미에서 혼합주 의자(syncretiist)라고 불렀다. 혼합현상 개념을 숨은 종교(Cryto-religion) 모델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1929년 백낙준이 개신교사를 서술한 영어 논문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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