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茶界의 영원한 스승 錦堂 崔圭用 先生 추모에 부쳐
우리 茶界의 영원한 스승 錦堂 崔圭用 先生 추모에 부쳐
  • 이철순
  • 승인 2019.04.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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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獻詩〉  
끽다법어喫茶法語

            차샘 崔正秀(茶文化硏究家 ․ 詩人  (사)한국홍익차문화원 이사장)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엮어져 쌓이는 것

조주선사의 끽다거喫茶去
금당선생의 끽다래喫茶來
최차샘님의 끽다유喫茶遊

어느 것이든
차정신에 못이 박힌 이름이다.
과연
차는 얼마나 깊어 현묘한 것인가

금당 최규용 선생의 생전 모습
금당 최규용 선생의 생전 모습

 

  다성(茶星) 금당 최규용(錦堂 崔圭用) 선생 차 문집 발간을 한다고 하니 새삼 감개무량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생께서 타계 하시던 날, 한국의 차문화를 크게 키워 내셨다는 공로로 2002년 4월 9일 장례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부산차인연합회 ‘차인장(茶人葬)’인 5일장으로 치러졌습니다.
  특히, 영결식을 마치고 다비 장례(茶毘葬禮)를 하여 ‘금당 차신 사리(錦堂茶身舍利)’를 필자를 포함한 장례위원과 더불어 정성껏 수습한 결과, 차인 최초 차사리(茶舍利)로서 흑색 7과, 갈색 12과, 황색 17과 도합 36과를 친견의식 후 봉안하였습니다. 

  이것은 선생께서 평소 차인으로 차덕주(茶德主)로 수양자적인 생활을 일관해 오신 탓이 아니겠습니까. 어느 곳에서나 차사랑이 남달랐던 선생께서 저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주신 정신적 결정체인 차사리야 말로 유족의 홍복(洪福)이요, 우리 차계로 보아서는 차복(茶福)이요, 나아가 다중(茶衆)의 가슴을 적실 일이지만, 선생의 차정신을 우리 모두가 얼마나 승화시켜 나갈지 가슴 또한 무거워집니다.  


  선생께서 그간 한국 차문화의 중흥을 위해 고생하신 일들이나, 이룩하신 업적들을 어찌 다 열거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 중에서도 몇 가지만 언급을 한다면, 60〜70년대 우리나라 차문화가 그야말로 황무지라 할 수 있는 현실에서 민족 차문화 운동을 크게 일으키시고, 그동안 한국다도계를 발전적으로 이끄신 독보적인 산 증인이시며, 아울러 한국 근․현대 1세대 원로차인 이셨습니다. 선생은 늘 차향에 심취하시어 차 운동으로 일관하셨고, 차 신조는 “전통 차문화의 올바른 보급과 정립으로 민족정기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수(百壽)를 앞두고서도 차문화의 저변확대를 위해 전국의 구석구석을 누비시면서 차유적지 답사와 연구 ․ 강의 및 각종 차행사를 주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2002년 2월 5일엔 ‘부산차인연합회’에서 마련한「차계 최장수 원로 차인 금당 최규용 선생 백수 기념 잔치」때 필자의 자작시 ‘금당송(錦堂頌)’에 대한 봉축시를 자세히 보시고, 고맙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시며 퍽이나 즐거워하시던 모습이며, 이 날도 금당선생께서는 “차 한 잔에 차인의 참맛이 우러나도록 해야 한다” ․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것을 언제나 추구해야 한다.”는 좋은 차덕담이 계셨습니다.  
 

금당 최규용 선생의 생전 모습
금당 최규용 선생의 생전 모습

  평소 올곧은 선비의 기품, 깨침을 성취한 선지식의 향기, 나아가 정행검덕(精行儉德)의 실천과 검소한 차생활로 티 한 점 없이 맑게 사신 선생께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차인의 단합을 다지셨고, 1978년「금당다화」를 비롯하여「현대인과 차」․「중국차문화기행」등의 다서(茶書)를 저술하여 보급하셨습니다.

 특히 1988년 차인들의 모임인 ‘한국육우다경연구회’를 창립하시어, 국제 차문화 교류를 위하여 중국․일본국 등을 왕래하시면서 국제 차행사를 통해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각국에 알려 우리 차문화의 위상을 한층 높이셨을 뿐만 아니라, 국제 원로 차인이면서 차 운동가로서 세계 차문화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셨습니다. 


  또한, 필자가 1986년 대구에서 ‘영남차회’를 창립하여 초대회장으로 있으면서 금당 선생을 본회 초대 고문으로 추대해 모셨고, 나아가 ‘국제차문화연구회’에서는 국제 고문으로 선임하고 동양 최고의 차인으로 추앙을 했을 뿐 아니라, 1998년 10월 8일 한국과 중국에 차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적을 특별히 기려 다성(茶聖) 육우선사(陸羽禪師)의 제2 고향인 저장성(浙江省)의 항저우(杭州) 시후(西湖) ‘차인지가(茶人之家)’에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끽다래 공덕차비’를 세워 국제 차계의 큰 화제가 되셨지요. 


 그리고, 차로서 가까웠던 작고한 잊지 못할 다우들로는 효당 최범술, 의재 허백련, 소설가 박종화, 언론인 홍종인, 서예가 오제봉, 극작가 유치환, 미술사학가 최순우, 청담 선사, 경봉 선사, 일타 선사 등과도 선(禪)과 차(茶)를 주고받은 풍류인 이셨습니다. 


 그런가하면, 언제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후학들을 격려해 주시었고, 원로차인이시며 노령이신 데도 차나 혹은 차 행사가 있는 곳이면 불원철리 달려오셔서 후진들을 위한 유익한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선생께서는 친화력이 뛰어 나신 데다 공정하시고 사심이 없으셔 많은 차인들로부터 존경과 두터운 신망을 얻으신 분으로서 모든 차 동호인들께 항상 솔선수범 하셨으며, 그로 인해 선생의 고매한 인품에 감복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일화도 남기셨습니다. 

 

한국홍익차문화원 최정수 원장
한국홍익차문화원 최정수 원장

이러하신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70년대 여름 어느 날, 경남 산청에서 일 백년 이상 된 목조 전통고가를 고스란히 옮겨와 부산 송도의 바닷가에다 복원한「금당다우錦堂茶寓」에서 뵙고, 차 한 잔을 나눈 것이 차연(茶緣)이 되었지요. 그 후 선생께서 햇차 한 봉지와 친히 묵필로 쓰신 ‘동다송’ 원문을 가지시고 제가 살고 있는, 당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거 '구산난다원(堂號)'을 찾아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대구에 차 강의가 있을 때마다 저의 차실에 들리시곤 하셨습니다. 


 ’91년부터 ‘구산전통문화연구원’ 을 운영하는 저로서는 선생의 많은 사랑과 지도를 받아 차전문 무크지「다중茶衆」과 차문화를 칭송한「유다백송」그리고「유다幽茶」의 발간을 비롯하여, 차문화 운동을 위해 ‘각종 다서 ․ 차와 다기 ․ 특강 ․ 회지 ․ 차나무 ․ 차노래’ 등을 보급하는데 선생의 조언이 절대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께서 특별히 제안하신, ’88년 8월 8일 아침 8시 8만대장경 장경문 앞에서 만나 지족암〈’88선차회〉를 열자고 당부하셨지만, 저는 고교생 진학수업으로 인해 부득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며칠 후 필자의 ‘끽다유(喫茶遊)’ 창안에 관한 얘기를 들으시고 무척이나 좋다고 하시면서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리운 선생님! 저희는 항상 노소동락을 즐기시는 선생의 그 활달하신 성품을 알기에 금세 선생께서 손을 흔드시며 차 행사장으로 들어오실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한, 행사장에 초대되어 축사나 강의를 다 마치시면 반드시 “끝 - ”이라고 크게 외치시던 선생의 힘찬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옵니다. 
 아무튼, 선생께서 보여주신 우리 차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따뜻한 보살핌은 아직도 저희 가슴에 새롭게만 다가옵니다.


 그야말로 선생께서는 우리나라 차문화사에 한 획을 크게 그으신 차계의 영원한 스승이셨습니다. 오늘날 전통 차문화 보급의 활성화에도 선생의 노력의 결실이 아닐 수 없다는데 생각이 미치고 보니, 선생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선생께서 주창하신 ‘끽다래(喫茶來)’ 정신은 ‘금당다도’가 함축되어 있는 상징어로서 동양 각국에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저희들 가슴 깊이 오래오래 새겨져 남아 숨 쉴 것입니다.


 금당 선생님이야말로 어떤 말로 해도 부족함이 없는 당대의 가장 훌륭한 차인이시며, 우리들의 정신적 지주이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금당선생께서 국․내외에 뿌리신 차문화 사랑에 대한 뜨거웠던 열정을 어찌 감히 흉내라도 낼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이 땅에 남은 저희들은 금당 차정신을 바탕으로 평생을 후회 없이 다도 인생을 살다 가신 선생의 큰 유지를 받들어 모든 힘과 정열을 다해 남겨 놓으신 일들을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디 저희들을 믿고 편히 계시옵소서.

                                                                                  戊戌年 正月 弘益齋에서 崔正秀 茶敬拜 

*이 글은 금당 최규용 선생을 기리는 추모문집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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