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승이 가슴을 후벼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승이 가슴을 후벼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정미영 기자
  • 승인 2019.04.04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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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나무
나무에 자신을 각인하는 혜운스님을 찾아서

봉화하면 산세가 수려하고 선비의 정신이 깃들은 예절의 고장으로 알고 있다.

인구 4만여 명에 19개면으로 전체면적의 83%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송이, 은어, 산양산삼 등 특산물이 많다. 특히,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청량산을 위시한 명산과 국보 및 보물들이 산재해있다.

[서각작품으로 수행하는 혜운스님의 공방@정미영 기자]
[서각작품으로 수행하는 혜운스님의 공방@정미영 기자]

봉화에서도 우리나라 대표적인 오지마을 봉화군 법전면 눌산리는 봉화군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지형은 야산과 낮은 구릉지로 형성된 중산간지이며, 해발 350m~400m 지역에 취락을 이루고 인정 많은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다.

[ 혜운 스님의 서각작품 무(無) @ 정미영 기자]
[ 혜운 스님의 서각작품 무(無) @ 정미영 기자]

옛날에는 눌뫼, 눌미, 눌산이라고 불리어 오고 있는데, 여기에 과거 정수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하여 부처님의 땅이라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

[혜운스님의 서각작품 @정미영 기자]
[혜운스님의 서각작품 @정미영 기자]

이곳 눌산리에 자리 잡은 혜운사(주지 혜운스님)에 들렀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끝자락에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깊은 산중이지만 혜운사라는 현판이 붙어있어 이곳이 사찰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혜운스님은 수행 정진하다가 조용히 살고 싶어 산골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저술하는가 하면 금강경 대강좌란 책을 발행하여 강의를 하면서 다녔다고 했다.

[서각 작품이 전시된 거실@ 정미영 기자]
[서각 작품이 전시된 거실@ 정미영 기자]

그러다 이제는 좀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마음에 산을 찾게 되었고 그곳이 봉화 법전면 눌산리라고 했다.

바람소리에 나뭇잎 떨리는 소리, 산새소리, 그리고 물 내려가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지만 심심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우리 스님 심심하지 않으세요? 괜한 질문을 던져본다. 의외로 스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심심할 겨를이 없어요. 산속에서도 바빠요. 이러려고 산에 들어온 게 아닌데, 우째 더 바쁜 것 같아요.” 하면서 웃어넘긴다.

[작업중인 서각작품 @ 정미영 기자]
[작업중인 서각작품 @ 정미영 기자]

혜운스님은 서각을 하고 있었다. 거실에 스님의 서각작품이 걸려있고, 알 듯 모를 듯 아무튼 보기는 좋아 보인다. 그런데 무슨 내용인지 통 모르겠다. 왜 서각을 하십니까?

서각은 또 다른 수행의 한 방편이지요. 의미 있는 글씨를 쓰고 그 의미에 맞는 모양으로 서각을 합니다.” 아하! 그때서야 스님의 서각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혜운스님의 서각작품 @ 정미영 기자]
[혜운스님의 서각작품 @ 정미영 기자]

독특하고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서각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서각 작가 혜운스님은 서각은 글귀를 구상하고 구도를 잡고 글을 조각한 다음에는 채색을 하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서각에 몰두하다 보면 이곳이 산속인지 도심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고 한다. 서각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혜운스님은 이제 서각작품을 필요한 사람들을 위하여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혜운스님의 서각 작품 @ 정미영 기자]
[혜운스님의 서각 작품 @ 정미영 기자]

서각은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며, 내면의 표현으로 때로는 태풍이 휘몰아치듯 강렬하게, 때로는 잔잔한 호수위 일엽처럼 혜운스님의 서각은 깊이가 있으면서 모든 것을 음각을 깊이 파내어 군더더기가 없다.

오늘도 혜운 스님은 나무를 파내고 있다. 마치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 듯 나무속을 파내고 있는 것이다.

서각에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 세상에 전하며 수행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획일각(一劃一刻)’, 그 옛날 선조들이 팔만대장경을 각인 했듯이 수행으로 체득한 삶의 지혜를 서각에 고스란히 옮기는 작업에 몰두 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겠다.

[혜운사의 일출@ 정미영 기자]
[혜운사의 일출@ 정미영 기자]

해가 넘어가고 깊은 밤이 찾아오면 산은 소리 없이 암자를 안아준다. 그 속에 혜운스님의 서각작품 나무 냄새와 먹 냄새가 어우러져 불빛에 비친다. 산 짐승들의 소리는 덤이다.

아침이면 연화장 같은 일출이 장관이다. 산 속에 살면서 산을 닮아가는 혜운스님의 서각 작품을 도심에서 볼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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