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최정수
이 사람, 최정수
  • 이철순
  • 승인 2019.04.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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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문화의 정수를 잇는 올곧은 차(茶) 선비
차령(茶齡) 50주년 맞은 최정수 한국홍익차문화원 원장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최정수 원장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최정수 원장@통불교신문]

‘차인은 하루의 시작을 다심(茶心)으로 하고, 하루의 생활을 차문화로 채워가며, 하루의 끝마저도 차정신으로 정리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차샘 최정수(崔正秀) 원장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 원장이 평생을 차에 바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 1월 20일, 대구 홍익다도중앙교육원에서 차령 50주년 기념 진다례 의식을 겸한 다회를 개최했다.

50년간 한길을 걸어온 차샘 최 원장은 1970년 차문화에 입문한 이래, 한국 차문화에 공헌해 온 근현대 1세대 원로 차인으로 한국홍익차문화원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지난해 연말 차샘과 대화를 나누던 중, 올해 차력 제50주년을 맞는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이런 뜻 깊은 시간을 맞이해 최 원장의 차력 50년 인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차령 50주년을 기념하여 다담을 나누는 최정수 원장
차령 50주년을 기념하여 다담을 나누는 최정수 원장

차샘은 일찍이 차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임하던 시절, 본격적으로 차에 관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 마침내 독보적인 차이론과 행다를 정립한 홍익다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최 원장은 그동안 차정신을 오롯이 담은 차이론과 행다는 물론 차교육과 차문화 연구가로 자리매김하며, 차운동의 전면에서 우리 차문화 발전을 위해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노력해 왔다. 또한 차의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차를 주제로 한 시편들을 발표해 차문화 시인(詩人)으로도 명성이 높다.

최 원장은 우리 전통 차문화를 선비정신과 결합시켜 2000년 11월, 한국홍익차문화원을 개원해 그가 연구해온 홍익다도 철학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차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홍익차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차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이 점은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신화와 홍익인간 사상과 일맥상통합니다. 차야말로 홍익 이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신문화가 아닐까요.”

언제부터인가 차계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경하려는 마음에 있어서 인색한 경향이 있다. 더구나 차계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도 별로 없다. 최 원장은 2018년 겨울 강릉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당시, 우리 차문화가 참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개탄하면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세계인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통차가 빠져 있어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즐겨 마신 민족차, 우리 차의 대명사인 전통 녹차 등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절호의 좋은 기회였는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차문화가 전무했다고 하니 차인으로서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한국홍익차문화원을 찾았을 때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어 화기애애한 다실(茶室) 분위기에서 차샘 최 원장의 차령 50년의 역사와 삶과 철학을 듣게 되었다.

차령 50주년을 맞았는데 어떤 감회가 드시는지요?

“돌이켜보니 반세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학창시절에 우연히 차를 접하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책을 읽다가 차에 대한 시를 발견했어요. 고운 최치원, 정몽주, 다산 정약용 등 차에 관한 글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커피가 대세였는데 우리의 정통차가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어요. 그런 세월을 지나 올해로 차령 5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 개척기의 우리 차문화를 일반 대중들에게 전달하기란 간단치 않았을 터인데 그 당시의 심정을 듣고 싶습니다.

“그 당시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에 다도는 없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다도의 원류는 일본이 라는 생각이 만연했을 때인데 우리 다도를 알려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 차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지요.”

 

최 원장이 차를 접한 것은 60년대이고 겨우 십 대 후반이었다. 대구 수도산에 있는 서봉사 법회에서 그 당시 송광사 주지였던 구산 스님을 만나 처음 차를 접했다. 그 후 통도사 삼소굴 경봉 스님, 해인사 지족암 일타 스님 그리고 다성(茶星) 금당 최규용 선생 등으로부터 차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최 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처음 차와 인연을 맺은 순간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어느 날 구산 스님을 수도산에서 뵈었는데 ‘이놈아, 구하기 힘든 차다. 차는 약이다.’하며 차 봉지를 던져주었어요. 어쩌면 그 순간 나의 운명이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때부터 차샘은 차에 눈을 뜨면서 차와 숙명적으로 만났다.

50주년 기념 진다례 의식
50주년 기념 진다례 의식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여쭈었다.

- 차란 대체 어떤 것입니까?

“차는 일상생활을 부드럽게 하고 고독을 달래며, 욕심을 버리고 다담을 통해 타인과 화합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정신문화의 총체라고 생각해요.”

 

-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긴 홍익인간 사상을 바탕으로 홍익다도를 정립했는데, 그 정신은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으로 홍익정신을 앞세웠어요. 홍익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말입니까. 인류를 이롭게 하는 것이죠. 홍익다도라는 이름을 지을 때 상당히 고심했어요. 차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정신, 이것을 생각해서 표현한 게 바로 홍익다도죠. 또 홍익다도는 알고 보면 한국인의 다도입니다.”

 

- 차는 자연이 인류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 원장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자연에서 찻잎을 얻어서 물을 부어 우려 마시는 게 차입니다. 그야말로 차는 자연이 준 선물이지요. 자연에서 얻은 맑은 차를 마시며 투명하고 맑은 삶을 산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매운 것도 먹어야 하고 짠 것도 먹어야 합니다. 이처럼 음식은 다양한 것을 골고루 먹어야 하지만 차는 오로지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 한 가지뿐입니다. 우리의 정통차인 녹차를 접하면서 우리의 삶도 이렇게 투명하고 맑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합니다.”

 

- 차문화의 폭이 넓어지면서 지역마다 차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체성이 없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지역 잔치로 비춰지면서 차문화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방자치화가 되면서 지역마다 크고 작은 차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차정신은 온 데 간 데 없고 앞뒤가 안 맞는 국적 불명의 행사를 하고 있어요. 소모성 차문화 행사가 지역마다 거의 비슷한 형태로 행해지고 있는 것은 차문화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요. 주제가 없고, 내용도 부실하며 격에 맞지 않는 검증이 안 된 차문화 행사는 앞으로 철저하게 배척하고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 우리의 차문화는 선비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늘 말씀하십니다. 진정한 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차는 일상생활을 융합하면서 타인과 화합하여 마침내 지혜를 얻어 탈속에 도달하는 도(道)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비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차인이라면 매순간 차를 대하듯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 한 잔을 마시더라도 몸과 마음을 정화하면서 마셔야죠. 품위 있는 차인은 차를 제대로 알고, 평소 생활 속에서도 차정신을 실천하면서 차문화를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이지요.”

제자들이 스승님께 차를 올리는 모습
제자들이 스승님께 차를 올리는 모습

50년간 차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외길을 걸어온 차샘 최정수 원장.

그의 차인생과 삶의 철학을 들으며 차가 선비정신과 결합하여 정신문화의 한 축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음을 확신했다.

과거 선비차가 주류였다면 이제는 선차(禪茶)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70년대 초 근세의 고승들로부터 선차를 경험한 바 있는 최 원장은 미래의 차문화는 선차문화가 주도할 것임을 예견했다.

선차가 문화의 정점으로 발전되어가고 있는 지금, 선비정신과 결합하면 한국 차문화를 세계 속에 드날릴 날도 머지않으리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유교문화와 연계하여 선비정신을 다도로 이끌어 나가면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말씀은 무척 고무적으로 들렸다.

차샘은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차계의 고질적 병폐를 탈피하여 서로가 합심단결 해야만 한국 차문화가 새롭게 중흥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한 잔의 차가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고, 한 조각의 마음은 한 잔의 차에서 나왔다’는 함허 득통(涵虛得通)의 차시(茶詩)가 차력 50년의 차샘 마음속에 깊이 배어 있었다.

선비차를 하는 차샘 최정수 원장
선비차를 하는 차샘 최정수 원장

*이 글은 2019년 3월호 [차의 서계]에 실린 발행인 최석환님의 대담을 정리한 것입니다. 

<차샘 원장의 주요 발자취(1970년〜2019년)>

‣ 구산난다원(堂號) 운영 -‘차와 난’연구 보급

‣ 구산전통문화연구원 설립 - 차문화 보급 운동 전개, 비매품 무크지「茶衆」발간 등

‣ 유다회 지도위원 역임,「幽茶」발행

‣ 대구중등교원 다도연구회 창립 초대회장 역임

‣ 한국차학회 이사 역임

‣ (사)영남차회 창립 초대회장 역임

‣ (사)우리차문화연합회 창립 초대 상근이사 역임

‣ 대구KBS-TV 향토기적〈최정수씨의 茶人日記〉다큐멘터리 방영

‣ 대구광역시 교육청「다도 인정 교과서」심사협의회 위원장 역임

‣ 현재. 한국홍익차문화원 ‧ 홍익차교육원 ‧ 홍익차연구원 운영, 대구 차문화제 고문, 茶星 금당 최규용 선생 추모사업회 자문위원, 차전문가 ‧ 차교육자 ‧ 차연구가 ‧ 차문화 시인(문 인다도가)으로 활동

<한국홍익차문화원>

대구광역시 남구 중앙대로 248(홍익빌딩 2층) 053-623-7366, www.hongikch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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