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의 체로금풍 - 원나라 구도행(3)
현담스님의 체로금풍 - 원나라 구도행(3)
  • 현담스님
  • 승인 2019.03.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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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차를 받들어 마시고 일어나 세 번 절하니
다만 이 참다운 소식은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다.
奉喫師茶了 起來卽禮三 只這眞消息 從古至于今

"석가 늙은이가 일대장교를 말했지만 그것은 모두 쓸데없는 말이다. 마지막에 가섭이 미소했을 때 백만 인천이 모두 어쩔 줄을 몰랐고, 달마가 벽을 향해 앉았을 때 이조는 눈 속에 서 있었다. 육조는 방아를 찧었고, 남악(南嶽)은 기왓장을 갈았으며, 마조(馬祖)의 할() 한 번에 백장(百丈)은 귀가 먹었고, 그 말을 듣고 황벽(黃岫)은 혀를 내둘렀었다. 그러나 일찍이 장로 수좌를 만들지는 못하였다.

[현담스님의 겨울나기 @ 통불교신문사]
[현담스님의 겨울나기 @ 통불교신문사]

진실로 이것은 이름을 붙일 수도 없고 형상으로 그릴 수도 없으며, 칭찬할 수도 없고 비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저 허공처럼 텅 비어 부처나 조사도 볼 수 없고 범부나 성인도 볼 수 없으며, 남과 죽음도 볼 수 없고 너나 나도 볼 수 없다. 그 범위에 이르게 되어도 그 지경이라는 테두리도 없고, 또 허공의 모양도 없으며 갖가지 이름도 없다. 그러므로 형상도 이름도 떠났기에 사람이 받을 수 없나니, 취모검(吹毛劍)을 다 썼으면 빨리 갈아두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취모검은 쓰고 싶으면 곧 쓸 수 있는데 다시 갈아두어서 무엇하겠는가. 만일 그대가 그것을 쓸 수 있으면 노승의 목숨이 그대 손에 있을 것이요, 그대가 그것을 쓸 수 없으면 그대 목숨이 내 손안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할을 한 번 하였다.

나옹스님은 천암스님을 하직하고 떠나 송강(松江)에 이르러 요당(了堂)스님과 박암(泊艤)스님을 찾아보았으나 그들은 감히 스님을 붙잡아 두지 못하였다.

그 해 3월에 대도 법원사로 돌아와 다시 지공스님을 뵈었다. 지공스님은 스님을 방장실로 맞아들여 차를 권하고, 드디어 법의 한 벌과 불자 하나와 범어로 쓴 편지 한 통을 주었다.

 

백양(百陽)에서 차 마시고 정안(正安, 지공스님의 방장실)에서 과자 먹으니

해마다 어둡지 않은 한결같은 약이네

동서를 바라보면 남북도 그렇거니

종지 밝힌 법왕에게 천검(千劍)을 준다.

百陽喫茶正安果 年年不昧一通藥

東西看見南北然 明宗法王給千劍

 

나옹스님은 답하였다.

 

스승님 차를 받들어 마시고 일어나 세 번 절하니

다만 이 참다운 소식은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다.

奉喫師茶了 起來卽禮三 只這眞消息 從古至于今

 

그리고는 거기서 한 달을 머물다가 하직하고, 여러 해 동안 연대(燕代)의 산천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 도행(道行)이 황제에게 들려, 을미년(1355) 가을에 성지(聖旨)를 받고 대도의 광제선사(廣濟禪寺)에 머물다가, 병신년(1356) 1015일에 개당법회를 열었다. 황제는 먼저 원사 야선첩목아(院使 也先帖木兒)를 보내 금란가사와 폐백을 내리시고 황태자도 금란가사와 상아불자를 내렸다. 이 날에는 많은 장상(將相)과 그들의 관리, 선비들, 여러 산의 장로들과 강호의 승려들이 모두 모였다. 스님은 가사를 받아들고 중사(中使, 궁중에서 왕명을 전하는 내시)에게 물었다.

"산하대지와 초목총림이 하나의 법왕신인데 이 가사를 어디다 입혀야 하겠는가?"

중사는 모르겠다고 하였다. 나옹스님은 자기 왼쪽 어깨를 가리키며 "여기다 입혀야 하오" 하고는 다시 대중에 물었다.

"맑게 비고 고요하여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찬란한 이것은 어디서 나왔는가?"

대중은 대답이 없었다. 스님은 "구중궁궐의 금구(金口)에서 나왔다" 하고는 가사를 입고 황제를 위해 축원한 뒤에 다시 향을 사르고 말하였다.

"이 하나의 향은 서천의 108대 조사 지공대화상과 평산화상에게 받들어 올려 법유(法乳)의 은혜를 갚습니다."

17(1357) 정유년에 광제사를 떠나 연계()의 명산에 두루 다니다가 다시 법원사로 돌아와 지공스님에게 물었다.

"이제 제자는 어디로 가야 하리까?"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본국으로 돌아가 `삼산양수(三山兩水)' 사이를 택해 살면 불법이 저절로 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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