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스님의 체로금풍 - 원나라 구도행(2)
현담스님의 체로금풍 - 원나라 구도행(2)
  • 현담스님
  • 승인 2019.02.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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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암(檜岩)의 판수(板首)가 운문(雲門)을 꾸짖고
백만의 인천(人天)을 한 입에 삼켰네

11(1351) 신묘 22, 평산스님을 하직할 때 평산스님은 다시 글을 적어 전송하였다.

"삼한의 혜근 수좌가 멀리 호상 (湖上) 에 와서 서로 의지하고 있다가, 다시 두루 참학하려고 용맹정진할 법어를 청한다. 토각장 (兎角杖) 을 들고 천암 (千巖) 의 대원경 (大圓鏡) 속에서 모든 조사의 방편을 한 번 치면, 분부할 것이 없는 곳에서 반드시 분부할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게송을 지어 주었다.

 

회암(檜岩)의 판수(板首)가 운문(雲門)을 꾸짖고 백만의 인천(人天)을 한 입에 삼켰네

다시 밝은 스승을 찾아 참구한 뒤에 집에 돌아가 하는 설법은 성낸 우뢰가 달리듯 하리.

檜巖板首罵雲門 百萬人天一口呑  更向明師參透了 廻家說法怒雷奔

 

나옹스님은 절하고 하직한 뒤에 명주(明州)의 보타락가산(補陀洛迦山)으로 가서 관음을 친히 뵈옵고, 육왕사(育王寺)로 돌아와서는 석가상(繹迦像)에 예배하였다. 그 절의 장로 오광(悟光) 스님은 다음 게송을 지어 스님을 칭찬하였다.

 

분명히 눈썹 사이에 칼을 들고 때를 따라 죽이고 살리고 모두 자유로워

마치 소양(昭陽)에서 신령스런 나무 보고 즐겨 큰 법을 상류(常流)에 붙이는 것 같구나.

當陽掛起眉間劍 殺活臨機總自由  恰昭昭陽見靈樹 肯將大法付常流

 

나옹스님은 또 설창(雪窓) 스님을 찾아보고 명주에 가서 무상(無相)스님을 찾아보았다.

또 고목영(奇木榮)스님을 찾아가서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았는데 고목스님이 물었다.

"수좌는 좌선할 때 어떻게 마음을 쓰는가?"

"쓸 마음이 없소."

"쓸 마음이 없다면 평소에 무엇이 그대를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가?"

스님이 눈을 치켜뜨고 바라보니 고목스님이 말하였다.

"그것은 부모가 낳아준 그 눈이다. 부모가 낳아주기 전에는 무엇으로 보는가?"

스님은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어떤 것을 낳아준 뒤다 낳아주기 전이다 하는가?" 하니 고목스님은 곧 스님의 손을 잡고, "고려가 바다 건너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하였다. 스님은 소매를 떨치고 나와 버렸다.

 

임진년 (1352) 42일에 무주() 복룡산(伏龍山)에 이르러 천암원장(千巖元長)스님을 찾았다. 마침 그 날은 천여 명의 스님네를 모아 입실할 사람을 시험해 뽑는 날이었다. 스님은 다음의 게송을 지어 올렸다.

 

울리고 울려 우뢰소리 떨치니 뭇 귀머거리 모두 귀가 열리네

어찌 영산(靈山)의 법회뿐이었겠는가 구담() 가지도 오지도 않네.

擊擊雷首振 群聾盡豁開  豈限靈山會 瞿曇無去來

 

그리고 절차에 따라 입실하였다.

천암스님은 물었다.

"스님은 어디서 오는가?"

"정자선사에서 옵니다."

"부모가 낳아주기 전에는 어디서 왔는가?"

"오늘은 42일입니다."

천암스님은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구나" 하고 곧 입실을 허락하였다. 스님은 거기 머물게 되어 여름을 지내고 안거가 끝나자 하직을 고했다. 천암스님은 손수 글을 적어 주며 전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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