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처에 ‘부처님 법 머무는’ 자연 수행도량 성주 정법사
처처에 ‘부처님 법 머무는’ 자연 수행도량 성주 정법사
  • 배성복 기자
  • 승인 2018.10.05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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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의 수행도량! 정법사 사람도 자연을 닮았다!
정법사는 그 어떤 도량도 아닌 자연도량이라...,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가만히 놓아주는 자연도량....,
깊어가는 가을! 정법사에 가서 가만히 앉았다가 오고 싶어....
길가에 코스모스가 눈에 밟힌다.

가을 냄새가 물씬 나는 전원마을 성주월항면으로 향한 지난 2일. 염천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은 비켜나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춤추는 월항면으로 접어드니 각산자락에 정법사가 들어온다.

가을이 담겨있는 성주 정법사 경내
가을이 담겨있는 성주 정법사 경내

각산[角山]은 경상북도 성주군의 월항면 용각리와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북쪽으로 지경재를 거쳐 선석산으로 이어지고, 남쪽으로 다람쥐재를 거쳐 영취산으로 연결된다. 산의 북쪽에서 발원한 계류는 서원천으로, 남쪽에서 발원한 계류는 백천으로 흘러간다.

산 자락에 자리잡은 정법사 입구
산 자락에 자리잡은 정법사 입구

각산은 조선시대 봉화대가 있던 산이며, 봉화산이라고도 한다.

각산은 『세종실록지리지』에 처음 기록되어 있는데, "관아의 북쪽 20리에 남쪽으로 성주 성산 봉수의 신호를 받고 또 남쪽으로 대구 마천산 봉수의 신호를 받아서, 북쪽으로 인동 박집산 봉수에 신호를 보내는데, 25리 거리이다."라고 각산 봉수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지도』에는 각산봉(角山峰)이라는 이름과 함께 봉수대가 묘사되어 있다.

약사여래석불입상이 마을을 굽어보고 계신다.
약사여래석불입상이 마을을 굽어보고 계신다.

월항면의 월항이라는 명칭은 지금의 유월리의 별칭인 월암에서 연유되었다 한다.

각산 자락 유월리는 봉화대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 유래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 자락에 자리한 정법사는 각산의 봉수대처럼 만중생의 삶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이 될 것이라 한다.

마당에는 용왕이 석불로 모셔져 있고 분수에서 맑은 물이 뿜어져 나온다
마당에는 용왕이 석불로 모셔져 있고 분수에서 맑은 물이 뿜어져 나온다

정법사에 도착하니 전형적인 전원부락 자락에 약사여래부처님이 마을을 향하여 굽어보고 있고, 구불구불한 입구에 피어난 들꽃들이 반겨주는 자연그대로 아름다운 도량이었다.

많은 사찰을 다녀보지만 이렇게 포근한 도량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고향 같은 도량이었다.

뒤로가면 산신할아버지가 턱 앉아 계신다.
뒤로가면 산신할아버지가 턱 앉아 계신다.

부처님께 참배하고 주지 법현스님을 뵈니 오랫동안 뵙지 못한 동안 많이 늙으셨다고 생각되었다. 어느새 주름살이 늘었고,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받고 사셨는지 얼굴에 주름살이 전원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정법사 주지 법현스님, 마당에 핀 꽃들도 그냥 보고만 계신다.
정법사 주지 법현스님, 마당에 핀 꽃들도 그냥 보고만 계신다.

주름진 얼굴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고향에 가면 뵐 수 있는 엄마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정하니 밭농사며, 대추, 고추, 각종 채소를 길러 찾아오는 불자님들에게 무공해 농산물을 아낌없이 퍼주고 계신다.

스님! 정법사는 어떤 도량입니까? 라고 필자가 물었다.

그러자 법현스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어떤 절이냐고? 그런 질문이 어디 있느냐? 그냥 절이지…….”하신다.

그래도 스님 어떤 부처님을 모시고 어떤 수행을 하시고 뭐 그런거 있잖아요. 라고 되물었다.

그제야 스님께서는 “우리 정법사는 그냥 절이야. 누구든지 찾아와서 자기기도 자기가 하고, 배고프면 밥 찾아 먹고, 시간 있으면 밭도 메고, 나무도 하고, 길가에 핀 꽃도 구경하면서, 가끔 저 멀리 보이는 산과 들판을 내려다보면서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을 다잡는 그야말로 절일뿐이야” 라고 하신다.

산신할아버지 만나러 가는길에 감이 익어가고
산신할아버지 만나러 가는길에 감이 익어가고

그렇다, 정법사는 누가 오든지 가만히 놓아둔다. 기도하라고 하지도 않고, 어떻게 하라고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다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다 스님께 물어오면 그때서야 무심한 듯 툭 한마디 해 주신다. “이봐, 거사! 이 스님이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어때? 그리 한 번 해보겠나?” 끝이다.

마당 한켠에 백연꽃(분다리)이 지고 잎만 남았다.
마당 한켠에 백연꽃(분다리)이 지고 잎만 남았다.

스님이 일러주신 것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시골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대화하면서 자기를 발견하라고 하신다. 처처에 부처님법이다.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에도, 땅을 기어가는 미물에게도 부처님의 법은 존재하는 것이니 자연의 이치를 알고 나면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될 거라고 했다.

주변 밭에가면 배추와 상추 무공해 채소가 자라고
주변 밭에가면 배추와 상추 무공해 채소가 자라고

그러면 답은 내 안에 있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실천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인 것이 된다.

그렇게 성주 월항면 유월리는 한적한 전원마을의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속에 있는 정법사 역시 전원마을속의 일부이다. 그리하여 스님은 마을 주민들과 항상 한 가족처럼 지내신다.

마을 행사며 잔칫날이면 어김없이 스님은 찬조는 물론 직접 찾아가서 함께 어울린다.

대부분이 노인들인 시골마을이다 보니 마을 주민들이 누가 입원을 했다하면 금방 소문이 나서 정법사에서도 알게 되고, 스님은 영양제 주사라도 한대 맞으라고 봉투를 내민다.

시골 인심이 아직도 살아 있고 스님도 옛날 사람이라 그 인심을 지키고 싶은지도 모른다.

소박한 장독에는 장이 익어가고
소박한 장독에는 장이 익어가고

그러다 농번기가 끝나거나 시작되기 전에 1년에 2~3회 인근 식당이나 마을회관을 찾아 점심대접을 해드리고 어르신들을 공양한다.

작년에도 월항면분회 어르신60여분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했더니 신문에까지 났다며 매번 있는 일상인데 호들갑을 떨었다며 멋쩍어 하신다.

동네 어르신들 점심대접, 1년에 2-3회 실시
동네 어르신들 점심대접, 1년에 2-3회 실시

사회복지사를 지낸 필자는 오래전에 정법사에 들렸을 때 오갈 때 없어 절에 와서 살게 되었다고 하는 어린애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28세 장년이 되어 삭발하고 스님이 되어있었다.

가을을 주어담는 정법사 사람들
가을을 주어담는 정법사 사람들

친 자식처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시설도 아니고 절이다 보니 모든 것이 자유롭다. 예로부터 절 시집살이가 만만치 않다고 소문이 났는데 정법사는 자연스럽게 놓아둔다. 때가 되면 하겠지. 되겠지? 하면서 기다려 준다. 여느 가정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그대로 묻어난다.

대추, 도토리 등 가을 걷이가 정겹다
대추, 도토리 등 가을 걷이가 정겹다

스님은 이제 마지막 불사를 준비 중에 있다고 하신다.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 힘닿는데 까지 도량을 꾸며놓고 누가 오던지 좀 더 수행에 전념할 수 있게 법도량의 면모를 갖추어 놓고 싶다고 했다.

인연 닿는 대로 진입로 정비, 입주문 불사, 천불전 불사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 속에 묻혀있는 도량으로 가꿀 생각이라 하신다. 참으로 소박한 꿈이었다.

전통 가마솥이 3개나 있다
전통 가마솥이 3개나 있다

자연속의 수행도량! 정법사 사람도 자연을 닮았다! 부처님 상호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요즈음 힐링도량! 참선도량! 명상수행도량! 하면서 많이들 하는데 정법사는 그 어떤 도량도 아닌 자연도량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대로 가만히 놓아주는 자연도량이다.

방사가 쭉 연결되어 불자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방사가 쭉 연결되어 불자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정법사에 가서 가만히 앉았다가 오고 싶어진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눈에 밟힌다.

자연도량 정법사 약사대불부처님
자연도량 정법사 약사대불부처님

성주 정법사 법회문의

경북 성주군 월항면 유월2리 132-67

☎054-932-9691 /☎010-3403-6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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