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향한 그리움은 적멸을 겨누고...,
님을 향한 그리움은 적멸을 겨누고...,
  • 통불교신문
  • 승인 2018.06.1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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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를 그리는 스님화가,
수련을 담고 있는 물속에 화가의 내면이 담겨있다

화가들의 그림 장르 가운데 유화[油畵], 기름으로 갠 물감을 사용하는 회화의 한 분야가 있다.

유화기법의 특징은 색조나 색의 농담(濃淡)이 쉽게 얻어지고 ‘선적(線的)’ 표현도 가능하며 광택, 무광택 등의 불효과 또는 투명, 반투명한 묘법(描法) 등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외에도 두껍게 바르거나 엷게 칠하거나 하여 변화 있는 화면의 피부조절로 다양한 재질감(마티에르)의 표현이 가능하고 또한 제작 중의 색과 마른 뒤의 색 사이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은 다른 기법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한 유화만의 특징이라 하겠다.

스님화가 - 원통사 무연스님
스님화가 - 원통사 무연스님

수많은 화가들이 유화를 그리지만 단지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화가가 있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군 강구항의 조그만 산사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무연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수련 - 무연스님 유화 작품
수련 - 무연스님 유화 작품

 

수련이 물에 떠있다. 무거워 가라앉을 법도 한데 떠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박스럽지도 않으면서 무게감으로 인하여 오히려 깊어 보인다. 수련을 그리면서도 어찌그리 처연한지 낮은 대로 향하는 겸손이 베여있다. 중후한 물감과 의지적인 터치로 자기의 내면을 파내려간다.

수련을 담고 있는 물속에 화가의 내면이 담겨있다.

뜰 앞의 작약 - 유화[무연스님 作]
뜰 앞의 작약 - 유화[무연스님]

스님의 유화그림은 오롯이 수행의 한 과정이다. 목탁치며 염불해야만 수행인줄 알고 있는 대부분의 불자들은 수묵화, 동양화도 아닌 유화를 그리는 스님을 보기는 쉽지 않다.

현실의 구체적인 사물세계를 떠난, 애니미즘적 환상의 세계를 구현하려는 것일까?

수련, 부처님의 상호, 아니면 사람의 원초적인 모습, 석불, 꽃 등 불교적이면서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적 생명체를 가진 사물들을 모티브로 하되 그것은 화면형상으로 변조되며 어떤 종류의 신성이 지배하는 태고의 벽화와도 같다.

그렇다고 신앙의 대상이 되는 탱화와도 구분되고, 미술작품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도 신앙적인 면이 녹아있다.

관세음보살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연화장 세계를 보는 듯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화려하지만 깊은 색감은 오랜 고행 끝에 맛보는 열반적정의 순간이다. 온화한 미소로 피어나는 작가의 열정과 님을 향한 그리움은 적멸을 겨누고 있다.

관세음 보살- 유화[무연스님 作]
관세음 보살- 유화[무연스님 作]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고 일본에서 작품주문도 들어오지만 스님의 작품은 흔하게 볼 수 없다.

즉석에서 쓱싹 그려주는 여느 선서화와는 구별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몇 날 몇 개월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님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의 시를 읽듯 마음이 맑아진다.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스님의 아름다운 심성을 느낀다. 작품 속에 스님의 내면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맑은 스님의 미소가 그림 속에서 베어 나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영덕 강구 원통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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